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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풍경
추천 수 : 21 / 0
조회 수 : 6262
2006.10.07 (22:15:51)
Ratings: 
 
ARTIST:  Embryo 
ALBUM TITLE:  We Keep On 
YEAR:  1974 
COUNTRY:  Germany 
GENRE:  Jazz Rock/Fusion 
LABEL:  BASF Systems 
TRACKS:  1. No place to go
2. Flute and Saz
3. Ehna, Ehna, Abu Lele
4. Hackbrett-dance
5. Abdul Malek
6. Don't come tomorrow 
MUSICIANS:  - Roman Bunka / guitar, saxophone, vocals, percussion, bass (6)
- Christian Burchard / drums, vocals, percussion, marimba, vibes, hackbrett, Mellotron
- Charlie Mariano / alto & soprano saxes, flute, nagasuram, bamboo flute
- Dieter Miekautsch / acoustic & electric pianos, bass piano on the clavinet 
원본출처:   

저먼 록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이교도적이다. 언제나 자신의 전통과 주류에서 한 발짝 비껴 나 있다. 하이든이나 베에토벤은 엿이나 먹으라는 듯이, 구름처럼 두둥실 떠다니는 이성과 합리성에 먹물이라도 뿌리듯이, 기타 줄을 긁어대거나 건반의 찌그러진 소리를 나름대로의 심각한 사유로 필터링 해 음공간을 사악하게 채색하곤 한다. 물론 그 사악함의 대칭선상에 고고히 머물러 있는 것은 베브라이즘의 자양분을 받고 태어난 칸트나 데카르트의 망령이다.
그들이 이런 강고한 정신적 뿌리와 ‘맞짱 뜰’수 있었던 것은 티모시 레알리의 주술로 태어난 사이키델리아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더 큰 빽이 더었던 것은 바로 ‘동쪽의 힘’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숭고하게 맞을 수 있었던 그런 힘  말이다. 일출의 광경을 삐딱하게 경험한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었을는지 모를 몽롱하면서도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그런힘.
독일이라는, 우리네 선입견으론 딱딱하고 융통성 없이 보이는 그런 곳에서, 아몬 듈이나 구루 구루 같은 밴드가 탄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살짝 우측으로 돌려졌던 것 때문일 것이다. 아마 크라프트베르크나 노이 또는 클러스터 같은 ‘삐딱선’ 전자음악 집단들, 요컨대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밴드들이 출현하게 된 것도 이런 당시 독일의 영 컬쳐를 고려치 않곤 설명하기 어렵다.
많은 저먼 록 그룹들이 ‘동쪽의 힘’에서 내공을 쌓은 후 다시 서쪽에 역공을 가한 것과는 달리, 엠브리오라는 밴드는 비교적 동쪽에 오랜 기간 동안 천착한 이색 집단으로 손곱힐 만하다. 데뷔 앨범인 [Opal]에서 록 필링에 충실한 기타 리프를 선사한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쪽 음악에 관심을 표명하더니 급기야는 아예 악기를 짊어 매곤 그 쪽의 기운을 몸소 체험하고자 떠나 버리고 만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얻어진 작품이 바로 이전에 본 지면을 통해 소개된 [Embryo’s Reise]였다. 이 작품이 단순한 호기심의 성숙되지 않은 채집 덩어리가 아닌 나름대로 응집된 기의 산물이었던 것은 그들이 서양의 록 음악을 극단까지 추구한 후 떠난 ‘여행’의 결과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간 보고서는 다름 아닌 그들의 여섯 번째 앨범인 [We Keep On]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앨범인 [Embryo’s Reise]에 참여했던 기타리스트 로만 분카(Roman Bunka)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본 작은 한마디로 말해 째즈록 퓨전과 중동 음악을 저먼록 특유의 일탈 정신으로 빚어 낸 독특한 작품이다. 여기에 담긴 곡들 중 몇 개는 아마 엠브리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빈틈 없는 짜임새와 긴장감이 아우러진 곡들일 것이다. 이 앨범은 크게 두 축에 의존하고 있다. 그 한 축은 분카의 하이 스피드 기타 피킹으로 점철된, 마하비슈느 오케스트라의 작품 속에서 구축된 바 있는 현란하면서도 일정 형식미를 지닌 소리와 그들이 추구했던 자유의 어색한 만남이면 다른 하나는 중동 음악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열정을 지닌 관심이다. 그들은 언듯 어질적으로 보일 만한 이 두 경향을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배치시켜 놓음으로써 이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엠브리오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바로 이 속에 살짝이 보인다.
(전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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