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록은 취향에 부합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좋을 수도 있지만 나같이 그 계열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 감상할 때에는 감성에 생채기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나조차도 이탈리안 록 그룹중에 취향에 부합하는 그룹들이 몇 있는데 대략 나열하자면 내가 운영하는 까페의 이름이기도 한 Il Giardino Dei Semplici(소박한 정원), I Pooh,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La Bottega Dell'arte(예술상점, 일본에서 CD화가 되었을 때는 보물창고라고 소개되어있었는데 오역이라고 한다.)등등 적어도 세간에서 말하는 소위 서정파 아트록 만큼은 내 취향에 충분하게 부합한다 할 수 있다.
이 음반을 전형적인 아트록이라고 하기엔 약간은 미안하다. 내가 볼 때는 그냥 아트록의 파편이 튄 소프트 록정도로 말하고싶다. 일단 아트록이라고 보기엔 특유의 실험적인 면이라던지 아니면 거대한 스케일이라던지 끝도 없는 환각적인 트립을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면은...솔직하게 없다.
그러나 말끔한 미성의 보컬이 부르는 멜로우하고 말랑말랑한 멜로디를 고도의 연주력을 지닌 다양한 건반위에 실어내는 것을 보면 소프트 록은 소프트 록이되 아트록의 파편이 어느 정도는 튀었다는 모습을 감지할 수도 있다.
Dentro는 여성적인 선율을 지닌 아름다운 곡으로 부드러운 도입부와 애처로운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 의 선율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색채를 내보이는 곡이다. 이어지는 네 번째 곡 A Renee는 환상적으로 잔향을 남기며 퍼져나가는 건반의 연주를 만끽할 수 있으며 조용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여 점점 하드한 분위기로 점층되는 분위기가 일품인 Can zone del sole d'inverno, 멤버들이 미려한 화음을 유감없이 발휘한 Quando una donna 무그 신디사이져가 춤을 추는 lncontro가 재회의 아픔에서 오는 서글픔을 의외성을 가진 경쾌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Musicante의 목가적인 선율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마지막 곡 L'ultima storia는 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듯 진한 여운을 남기는 무그 신디사이저가 일품이다.
이 음반의 제목인 Dentro는 '내부에, 내면에'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이 음반이 표현하고싶은 낭만과 서정은 제목이 부끄럽지 않게 나의 내면에 깊이깊이 와 닿으면서 일종의 순수한 파문을 일으킨다.
앞으로도 계속 난 세상에 묻어가며 또한 세상에 마모되어 가며 순수를 잃어갈 것이다. 그렇게 내가 순수를 잃어갈 때 그 순수를 한 번쯤 기억하고 싶을 때 이 CD가 그 추억에 닿을 수 있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언젠가 지방에 휴가를 갔을 때 새벽에 호숫가를 거닐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바로 세상이 미명에 휩싸일 때에 호수를 거닐다보면 물안개가 아련히 피어오르며 붉은 빛이 한 층 정도 엷게 갈무리된 환상적인 색깔을 낸다. 그 색을 보면 온갖 아련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음반을 들을 때 난 그 색을 봤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온갖 아련함이 내 안에 깊이 깊이 스며들 때의 그 느낌...이 음반이 내게 선사한 감정이다.
side 1 1. Dentro(...의 안에, 내부에) 2. Il Suo Sguardo, la Malinconia, la Mia Poesia(그의 시선, 우울, 나의 시) 3. Che Dolce Lei(너무 아름다운 그대) 4. A Rene'e(르네에게) 5. Canzone del Sole d'Lnverno(겨울 태양의 노래
side 2 1. Quando una Donna(여인은 어디에) 2. Incontro(만남, 조우) 3. Musicante(음악이 흐를 때) 4. Questa Sera E' per Noi(오늘밤은 우리들을 위해) 5. L'Ultima Storia(마지막 이야기) 1977년 작, 시완 레코드 라이센스 발매
[양두원, beethoven9@hanmail.net] 사족이지만, bottega는 상인(商人)이 아니라 상점(商店)입니다.
상인은 bottegaio 또는 bottegante 이죠. 그러니까 La Bottega dell'arte 는 The art shop 정도가 되겠네요.
Dentro(내부에) Il suo sguardo, la malinconia, la mia poesia (그의 시선, 우을함, 나의 시) Che dolcelei(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A Renee Canzone del sole d'inverno(겨을 뜻살의 노래) Quando una donna(언젠가 한 여인이) lncontro(만남) Musicante(악사) Questa sera e per noi (오늘밤은 우리를 위한 것) L'ultima storia(마지막 이야기)
여인에 대한 사랑을 이태리적인 감성과 웅장함으로 표한한 La Dottega Dell'arte - Dentro "예술상점"이라는 거창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름(필자가 이태리어를 못하는 이유로 일본어로 된 자료만을 근거로 하다보니 아트록 7호에서는 "보물창고"라고 오역해서 소개되었다)을 가 지고 단 두장의 앨범만을 발표한 La Bottega Dell'arte(라 보떼가 댈라르Ep)는 Romano Musumarra와 Piero Calabrese의 트왼 키보드를 중심으로 70년대 초반에 결성되었 다. 그룹의 실질적 리더라고 생각되는 Calabrese 형제와 Romano Musumarra의 작 사, 작곡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1집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하몬드 올갠, 미니 무그, 멜로트 론 등의 건반 악기가 주축이 되고 있다. 건반악기가 증심이 된 음악은 대채로 공격적이고, 강 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의 음악에서 건반악기는 웅장함과 부드러움 그리 고 경쾌함의 삼위일체다, 하몬드 올갠과 미니 무그로는 웅장함을, 고음부의 피아노를 통해서 는 부드러움과 투명함을, 합시코드의 사용으로 경쾌한 리듬을 선사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태리 특유의 낭만과 서정을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여성 취향의 목소리에 실어 보내고 있다.
가사적 측면 : 여인에 대한 지순한 사링 이 앨범얼 수록되어 있는 곡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은 모두 네 명이다. 나, 당신, 그녀, 그. 하지만 켤국 이야기는 나와 그녀로 압축된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내"가 '그녀"애 대해 이야 기를 할 때 들어주는 사랑이기도 하고, 그녀 자신이 되기도 한다. "그"는 나률 객관적 입장에 서 바라본 바로 "나"다.
전체적으로 줄거리가 있는 콘셉트 헝식의 가사는 아니지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경험하는 호기심과 설래임, 갈등과 슬픔, 과거에 대한 회상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애절한 시어 를 사용해서 써내려 가고 있다.
La Bottega Dell'arte는 상투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아까운 철학적이고도 사색적인 내용을 피아노의 투명함과 애조 띤 목소리, 어쿠스틱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로 담아내는 동시에 올갠과 무그의 응장함으로 사랑의 위대함을 표헌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곡 (Dentro(내부에))는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부로부터의 새로움에서 연 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아름다운 곡으로 부드러운 도입부와 애처로운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 의 선율과 어우러져 이태리적인 향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IPooh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금방 종아하게 될 곡이다, (Il suo sguardo, la malinconia, la mia poesia(그의 시선, 우을함, 나의 시))라 는 긴 제목의 두 번째 곡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애처로운 모습을 그린 곡 (Che dolce lei(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이들이 지향하는 이탤리언 심포닉 록의 방향성을 짐작커하 는 곡으로 서정적인 선율을 기반으로 리드믹한 드럼과 다이내믹한 편곡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 된 곡이다.
네 번째 곡 (A Renee). 이 순간 청자들은 '참으로 다양한 건반악기의 연주를 들을 수 있 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1집의 명곡 (Camelot)을 연상케 하는 합시코드와 하몬드 올갠의 어울림이 들을 만한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애서 점점 록적인 분위기로 고조되어가는 곡 (Can zone del sole d'inverno(겨을 뜻살의 노래)),멤버들의 화음을 강조한 곡 (Quando una donna(언젠가 한 여인이))가 이어지고 나면, 무그의 음향이 강조되고 있는 일곱 번패 곡 긴(lncontro(만남))가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의 괴리감에서 오는 허탈함을 채우기 위해서 인지 경쾌한 선율로 표헌되고 있다.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준비하려는 듯 다음에 나올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곡의 앞부분 절반 을 연주에 할애하면서 같은 음악인인 그녀와의 만남과 혜어짐을 아쉬움에 찬 목소리로 전달하 고 있는 (Musicante(악사))가 목가적인 선율로 흐른다.
이제 그녀와 지상에서 누렸던 설레임과 형복에 가득찼던 순간들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 마 지막 밤이다. (Questa sera e per noi(오늘밤은 우리를 위한 것)). 경쾨하게 진행되어 왔 던 곡의 분위기는 차분히 마지막을 준비하는 분위기로 가라앉고, 마지막 곡 (L'ultima sto ria(마지막 이야기))가 그녀의 죽음과 이로 인한 이별을 표헌하기 위해 몽롱하면서도 환상적 인 무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La Bottega Deli'arte가 "내부에, 그 안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Dentro라는 단어를 그들의 두 번패 앨범명으로 채택한 이유는 이 앨범에 담겨진 음악들이 데뷰앨범의 음악들을 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앨범을 통해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음악은 수채 물감의 꼭지를 통해 홀러나온 양만큼 뿐이다. 그 안에는 흘러나온 양만큼이나 많 은 좋은 음악들과 이야기들이 숨어있으며, 우리들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글-맹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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