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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풍경
추천 수 : 2 / 0
조회 수 : 5634
2003.07.22 (20:58:37)
ETC
Ratings: 
 
ARTIST:  Laghonia 
ALBUM TITLE:  Etcetera 
YEAR:  1970 
COUNTRY:  Peru 
GENRE:  Psychedelic/Space Rock 
LABEL:  Essex 
TRACKS:  1. Someday
2. Mary Ann
3. I'm A Niger
4. Everybody On Monday
5. Lonely People
6. Speed Fever
7. Oh! Tell Me July
8. It's Marvelous 
MUSICIANS:  1. Someday
2. Mary Ann
3. I'm A Niger
4. Everybody On Monday
5. Lonely People
6. Speed Fever
7. Oh! Tell Me July
8. It's Marvelous 
원본출처:   

잉카 제국의 후레자식들이 영어로 노래하는 헤비 거라지 싸이키델리아
페루라는 나라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잉카 제국의 후예라는 정도밖에 없다. 그런 나라에도 1960년대부터 록 음악이 존재했느냐고 묻는다면 실례일 것 같다. 적어도 1970년대까지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찬란했던 록 음악의 전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래 있는 '잉카 록 사이트'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물론 거기에서 밝혔듯 1980년 이후 "음악산업의 위기에 따른 음반 판매의 격감"으로 인해 자랑스러웠던 과거가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마치 잉카 문명이 그랬듯.
우연찮게 구한 라고니아(Laghonia)의 이 음반은 그 당시 페루에서 제작된 음반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음반 해설지'식의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1969년에 발매된 라고니아의 2집 앨범'이라는 설명만 가지고는 아무런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관련 글의 하나인 컴필레이션 음반 [Love, Peace And Poetry: Latin American Psychedelic  Music]의 트랙 리스트를 보면 라고니아라는 이름과 더불어 위 올 투게터(We All Together)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고 이 두 밴드는 실제로는 같은 밴드라고 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1971년 라고니아에서 위 올 투게더로 개명했다'는 기록이 정확하다면 말이다. 또한 이들의 전신은 1965년에 결성된 뉴 줘글러 사운드(New Juggler Sound)라는 사실도 기록에 등장하는 말이다. 정리하면 1965년에 결성된 뉴 줘글러 사운드가 1968년에 라고니아로 이름을 바꾸고, 1971년에는 위 올 투게더로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다.
혹시라도 페루의 록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Love, Peace And Poetry: Latin American Psychedelic Music]에 이름을 올린 밴드들의 '계보'를 설명하면, 세인트 토머스 페퍼 스멜터(St. Thomas Pepper Smelter)는 페루 최초의 록 밴드인 셰인스(Los Shain's)의 후예이며, 트래픽 사운드는 행 텐스(Los Hang Ten's)의 후예라는 사실도 알려둔다. (셰인스와 세인트 토머스 페퍼 스멜터 출신의 헤라르도 로하스(Ferardo Rojas)는 1970년 자기 이름마저 헤라르도 마누엘(Gerardo Manuel)로 바꾼 뒤 우모(El Humo)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우모의 [Apocallypsis]는 페루의 싸이키델릭 음반 중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음반이라서 해두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자료를 번역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송골매의 전신은 활주로(런웨이)와 열대어(블랙 테트라)'라는 정도의 이야기, 즉 '그 나라 사람들은 대충 다 알고 있으며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라고니아로 밴드 이름을 정한 시기가 '1968년경'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앞에서 예로 든 다른 밴드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는 비트 그룹(beat group) 혹은 서프 그룹(surf group)으로부터 싸이키델릭 밴드(Psychedelic band)로 이행하는 움직임을 상징한다. 지금이야 모두 뭉뚱그려서 '록 음악'이라는 범주에 쑤셔넣지만 1960년대의 용어법을 존중한다면 이런 구분은 필요하다. 즉, '전기 기타 들고 연주하는 것이 그저 좋아서' 연주하던 시기로부터 무언가 자의식을 불어넣은 시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라고니아는 그들의 전신이었던 뉴 줘글러 사운드 때부터 'obscure'하다고 표현되었고, 그 점에서 '비트 그룹 시기'를 거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헤비'한 거라지 사운드를 주조로 하여 여기에 싸이키델릭의 영향을 더했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의 사운드에 가깝다. 단조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가진 처음 세 트랙 "Someday", "Mary Ann","I'm A Niger"이 그렇다. "Lonely People"에 이르면 실험적 효과음과 리버브와 에코우를 사용한 기타 음이 중독적 분위기를 가중시키고, 재즈적 무드를 더하기는 했어도 "Speed Fever"도 이런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장한다. 그런데 중간에 삽입된 "Everybody On Monday"라든가 마지막 트랙 "It's Marvellous"은 조금 다르다. " Everybody On Monday"는 마치 머큐리 레브(Mercury Rev)가 안데스 산맥에 불시착해서 레코딩한 사운드같고, 이완되고 나른한 분위기의 "It's Marvellous"는 필 스펙터가 몰래 프로듀싱해준 사운드처럼 들린다. 그러고 보면 앞에 언급한 "Speed Fever"를 포함하여 이 곡들의 보컬은 "Someday"의 보컬과는 달라 보인다. 라이너 노트가 없어서 어느 것의 누구의 보컬인지 확인할 수 없고, 리듬 기타도 연주하던 사울(Saul)과 데이비 & 까를로스 G.(Davey & Carlos G.) 둘 중의 하나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는 또한 라고니아의 후신인 위 올 투게더의 음악이 '소프트 싸이키델릭 록'으로 이행해가는 사실을 예시해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이 앨범을 흥미롭게 만든다.

당시의 대부분의 앨범이 그랬듯 30분이 조금 넘는 연주 시간이지만 당시의 분위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이는 '페루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어'라는 감탄이 아니라 그리 풍요롭지 못한 환경에서도 '젊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자기표현 수단을 찾았던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페루의 록 음악(잉카 록) 사이트
http://www.incarock.com
http://www.rockeros.com/peru.htm

* 웹진 [weiv]에 게재된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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